내가 아는 장소 : 로블록스(Roblox)의 버려진 세계에서 얻는 아름다움과 위안
에베레스트 핍킨 (Everest Pipkin)   
번역 최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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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여름 밤 파티를 열 수 있는 장소는 딱 한 곳뿐이었고,
그곳은 숲 한가운데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슬래브였다.
 

나는 원래는 시골이었으나 도시의 교외가 되어가는 지역에서 자랐다. 점점 넓어져가는 "도시"의 일부가 되면서 불과 2~30년만에 우편 주소가 여러 번 바뀌는 그런 곳이었다. 학창 시절 나와 친구들 대부분은 단독 주택에 살았고 사방에는 소와 말이 잔뜩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지가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한꺼번에 팔려나가면서 소와 말은 사라지고 단독 주택들이 서서히 늘어갔다.

이런 지역에는 불만 가득한 십대가 상당수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사가 따분해서 짓궂은 장난거리나 찾아다니고, 그 기저에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뭔가를 뺏기고 있다'(물론 이 청소년들은 그렇게 '뭔가를 빼앗아간' 사람들의 후손인 경우가 많지만)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맞서 복수를 한다. 우편함에 붙어 있는 주소 태그를 바꿔치기하거나, 누구네 아버지가 타다가 물려준 1997년형 혼다 시빅을 타고 새로 포장된 거리를 질주하면서 귀청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거나 하면서.

아직 해가 안 졌네. 야, 너 누나한테서 담배 한 갑 훔친 거 있지? 우리는 혼다 시빅 운전대를 휙 돌리다가 우아한 신축 벽돌집 뒤편에 놓인 쓰레기통을 치어 쓰러뜨린다. 조수석에 탄 잭 녀석이 웃어댄다. 나중에 '기초'에 가자.

우리가 '기초'라고 불렀던 것은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문에 조기에 건설이 중단되어 버린 주택 개발지였다. 1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내가 마주하게 되는 불경기를 일으킨 바로 그 거품이었다. 그 개발지는 고급 주택들이 들어설 예정이었고, 주변에 비해 크기에서도 가격에서도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어느 개발업체가 언덕 꼭대기 땅 전체를 사들이고, 경사면을 마구 깎아내 지대를 만들고, 고급 저택을 떠받칠 기초를 위해 시멘트를 들이부었다. 그런데 그 후에 돈이 떨어진 것이었다.

'기초'로 가려면 일단 자전거나 차를 타고 알렉스네 집까지 가서,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나지막한 노간주나무와 오크나무 관목 숲으로 들어가야 했다. 숲을 걷다 보면 마침내 우리에게는 천국이나 다름 없는 곳이 나왔다. 십수 채의 집이 들어설 시멘트 슬래브가 주욱 늘어서 있고, 주변에는 이미 완성된 도로와 진입로가 깔려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무방비 상태로 버려져 있는 것이다.

어느 맑고 따스한 날 밤, 우리는 그 중의 어느 기초 위에 작게 모닥불을 피웠다. 누가 고물딱지 기타를 한 대 가져왔고, 또 누구는 면 요리를 조금 가져왔다. 쓰레기 수거장에서 주워온 안락의자도 한두 개 있었고, 의자에 못 앉은 사람들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우리는 마리화나를 돌려가며 피웠고 등을 대고 누워 별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바닥에 내 이름을 끄적였다.

작년에 나는 이 모든 것에, 그리고 내가 잠시나마 집으로 삼았던 다른 모든 시멘트 슬래브(피츠버그 버튼, LA 강, Mo-Pac 철도역 아래 배수로, 갤버스턴 시의 방파제 등)에 말랑말랑한 향수를 느꼈다. 그래서 내 온라인 소셜 공간에 똑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 다음과 같은 트윗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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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슬래브 디자인 원칙:

>포장 도로 없음, 경찰 없음
>이웃 없음, 시끄러움
>바깥, 별들
>안쪽이라고 할 만한 곳은 주택 건설용 기초
>불 피울 수 있음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음
>신발을 벗고 있어도 개미에게 발을 물리지 않음
>상업용으로 만들어졌으나 버려져서 더 넓은 세계로 돌아가는 중
>기술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나 나 외에 거기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음
>가끔 내가 참석하지 않았던 지난 밤 파티의 흔적이 보이고, 심지어 내 친구들이 연 파티가 아닐 수도 있음
>휴대폰이 잘 안 터짐
>음향 효과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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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후에 나는 처음으로 로블록스에 로그인했다.

로블록스에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잠깐 소개하자면, 로블록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 달에 접속하는 게이머 수는 2억 명이고, 그 중 다수는 아동이다. 로블록스는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으나, 의상부터 맞춤형 아바타 애니메이션, 개임 내 팁 항아리(tip jar)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액 거래가 많다. 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뭉툭한 덩어리들이 가득한 악몽이다.
 

 
 
 
 
 
 
 
 
 
 
 
 


사실 로블록스라는 게임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로블록스는 다른 게임(또는 "장소(place)들"로 구성된 "경험")을 하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Lua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독점 게임 엔진인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 로블록스 게이머 28명 중 1명은 개발자이기도 하다. 즉, 로블록스 스튜디오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니 로블록스로 작업을 하는 개발자는 대략 7백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비해 IOS 앱으로 작업하는 개발자는 3백만 명이 약간 못 된다.

몇몇 로블록스 게임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Adopt Me!는 로블록스 내에서나 밖에서나 가장 유명한 게임으로 6천만 명의 게이머를 보유했으며 전임 개발자 스튜디오를 지원한다. 그 외에도 수십만 명의 게이머가 동시에 즐기는 게임도 많아서 장애물 통과, 재난 생존 롤플레잉, 고등학교, 그리고 바이브(~v i b 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이렇게 대규모 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로블록스의 '플레이스(place)'는 대부분 비어 있다. 로블록스 서비스는 2006년에 시작했고 지금까지 거의 70억 개 가까운 플레이스를 축적했지만, 이 중에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경험"이 되는 플레이스는 훨씬 적다. (만들어지는 플레이스에는 숫자가 붙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인 2021년 6월 7일 월요일 중부 표준시로 오후 6시 27분 현재 나는 6,924,792,262라는 숫자가 주어진 테스트 플레이스를 만들었다.) 이들 세계의 거의 대부분은 내가 만든 테스트 플레이스와 꽤 비슷하다. 편집되지 않은 디폴트 베이스플레이트(baseplate)와 스폰 포인트(spawn point)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로블록스 툴박스에서 꺼내온 오브젝트가 덜렁 하나 있을지도. 활성 이용자 수 0, 즐겨찾기 0, 방문 0.
 
 
 
 
 
 
 
 
 

 
 
 
 

독자 여러분은 내 십대 시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겹친다는 말에서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을 로블록스에서 보냈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비록 네오펫(Neopets, 1999년 출시된 가상 반려동물 웹사이트), Avidgamers, 가이아 온라인(Gaia Online), 그리고 나중에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2003년에 시작된 가상 세계 서비스)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에도 나는 이런 플레이스들의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오래된 포럼에 남아 있는 게시물들을 읽고, 잊혀진 롤플레잉 스레드를 찾아보고, 연결되지 않는 페이지를 클릭해 보고, 아무도 로그인하지 않는 계정에 침입하려고 기를 쓰고, 이전에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두텁게 쌓인 지층을 발굴했다. 그 동안 내 주변에서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지금도, 온라인에 있다는 것은 실시간으로 역사가 쌓여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위이다. 모든 타임라인은 어제의 타임라인, 또는 그저께의 타임라인을 시사한다. 이 모든 것이 층을 이루며 쌓이고 어딘가의 서버 팜에 깔끔하게 저장되다가, 결국 과중한 데이터 때문에 특정 서비스가 터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 역사가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스크린샷과 애매한 기억만 남기고 사라지지 않도록 허겁지겁 모든 기록을 보관해 보려고 애를 쓴다.

처음에 내가 로블록스에 흥미를 느낄지도 모른다며 권유한 사람은 아티스트이자 게임 개발자인 V 버켄햄(V Buckenham)이었다. 우리는 로블록스 계정을 만들었고 (나는 사용자이름을 바꾸려면 소액결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당시 대충 만들었던 “xX66demonslayer66Xx”라는 이름을 아직 고수하고 있다), 그 속에 들어가 세계 몇 개를 뒤적거려 보았다. 우리가 같이 처음 해보았던 게임 중 하나(아직 만드는 중이었던 사파리 게임이었는데, 지금은 링크를 알 수 없다)에서, V는 얼룩말이 되었고 나는 암사자가 되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살고 있는 드넓은 평야를 돌아다녔다. 멀리 나무들이 보였고 머리 위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졌으며, 벌레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2분 단위 루프로 되풀이되었다. 채팅은 먹이감이 먹이감에게, 포식자가 포식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V는 얼마 안 되어 어느 치타에게 죽음을 당했고, 치타는 채팅창에 "다들 들어와요" "고기 있어요"라고 쳤다. 그렇게 소환된 나는 치타가 하자는 대로 했다. 아직 살아 있는 내 친구의 디지털 몸뚱이를 들개 형상을 한 낯선 이와 같이 뜯어먹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야, 이건 특별한데."
 

 
 
 
 
 
 
 
 
 
 

 


얼마 후 나는 팬데믹을 맞아 로블록스에서 내 생일 파티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로블록스 위키피디아 항목에서는 아예 섹션 하나를 할애해서 이런 사용 사례를 다루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일단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다운로드하고, 앉아 있을 만한 좋은 장소를 작게 만든 다음, 친구들을 초대해서 몇 시간 동안 어울리면서 채팅을 하면 되겠다고.

로블록스 스튜디오는 놀라운 소프트웨어다. 언뜻 보면 유니티(Unity)나 언리얼(Unreal) 같은 게임 엔진을 단순화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바꾼 듯하지만, 드래그 앤 드롭 편집 기능에다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속성과 함께 나열해 주는 사이드바가 갖춰져 있어 시각적으로 3D 세계를 완성시켜 준다. 처음 시작할 때 유용한 템플릿도 몇 개 있다. 가령 '베이스플레이트(baseplate)'는 플레이어 스폰 포인트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는 평평한 슬래브이다. 이 세계에 3D 형태('파트')를 배치하는 일은 꽤 직관적이다. 로블록스는 레고(Lego)에서 직접 영감을 받았고, 그런 영향이 확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로블록스 편집기와 다른 게임 엔진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로블록스 스튜디오는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프로젝트를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할 수도 있지만 로블록스 서버에서만 작업할 수도 있으므로, 어디서나 게임에 변경사항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방과 후에 학교 도서관 컴퓨터에서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로블록스 스튜디오는 공동 상호작용에서 하늘의 별 개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처리하는 일련의 사전 제작 구성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스크립팅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로블록스에서 적용되는 세계의 규칙은 수정하기가 어렵다. 그런 규칙들이 멀티플레이어 상호작용, 채팅 중재(좋든 나쁘든), 게임 UI, 서버 채우기, 아바타 관리는 물론, 몇 년 동안이나 게임 프로그래밍을 해온 나 같은 사람도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구축하는 것을 극도로 어렵게 만드는 자질구레한 세부세항 수백만 가지를 알아서 처리해 준다.

그러나 어쩌면 로블록스 스튜디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툴박스'일 것이다. 다른 게임 엔진에도 애셋(asset)을 보관하는 기능이 있지만 로블록스 스튜디오의 툴박스와는 느낌이 다르다.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신나고, 저작권 따위는 개나 줘버렸고, 너저분하고, 바이러스 범벅이고, 순전히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만든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로블록스 스튜디오 툴박스는 15년 동안 사용자들의 경험이 플랫폼에 업로드(되고 또 재업로드)된 모델, 이미지, 오디오, 스카이박스, 메시, 스크립트의 공공 보관소인 셈이다. 이런 애셋 중에는 로블록스가 직접 제공한 것도 있지만 시스템을 채우는 플레이어이자 개발자들이 만든 것이 훨씬, 훨씬 더 많다.

지극히 일반적인 애셋에서부터 아주 특화된 애셋까지 범위도 넓다. 어린아이가 "안돼! 나 죽었어!"라고 외치는 오디오 클립에서부터 디즈니를 쿨하게 무시하듯 양쪽 귀를 해바라기로 바꿔놓은 미키 마우스도 있다(디즈니는 저작권 침해에 아주 깐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애셋들은 계속해서 다운로드되고 또 업로드되기 때문에 한 개의 모델과 거기서 나온 수백 개의 파생물의 이력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지금은 삭제된 계정의 사용자이름과 2008년이라는 연도가 포함된 빈 스크립트가 첨부된 나무 애셋을 추적해 보자. 이 나무를 애셋으로 다시 툴박스에 추가해 놓은 모델을 보면 몇 가지 핵심 세부사항이 변경되어 있다. 나무껍질 텍스처가 바뀌었고, 나뭇잎이 좀더 사실적으로 만들어졌고, 흔들리는 모션이 추가되었고, 나뭇잎 색깔이 이제 확실히 가을 단풍이 되었고, 나뭇잎 사이로 새 지저귀는 소리가 포함되었고, 동일한 나무를 잔뜩 복사하되 각각을 늘리고 비틀고 회전시켜서 다양한 모습을 갖춘 나무의 숲으로 만든 애셋도 있다. 이 숲을 내 플레이스에 갖다놓으면 그 속을 산책할 수도 있다.

이런 툴박스를 사용할 때는 가져온 애셋을 검색하여 의심스러운 스크립트가 첨부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로블록스 편집기는 격리된 환경이기에 툴박스의 '바이러스'가 사용자의 컴퓨터를 손상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애셋 중에는 속도 저하를 일으키거나, 게이머를 속여 '로벅스(Robux, 로블록스 내에서 결제할 때 사용하는 통화)'를 지불하게 유도하거나, 아니면 로블록스 세계에서 스스로를 복제해 여러 개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대개 '당신은 해킹당했습니다!!!(YOU GOT HACKED!!)'라는 메시지가 따라나온다.

이렇게 툴박스에서 쓰레기 수준의 애셋들을 건져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끔찍한 스크립트들은 애셋 세계의 빈대 같은 것들이다.

아무튼. 나는 생일 파티를 열기로 했고, 파티를 열고 싶은 장소(place)가 한 군데 있었다.

나는 한밤의 숲 속에 시멘트 슬래브를 만들었다. 툴박스에서 나무들과 깜박거리는 작은 랜턴을 꺼냈다. 금속 통 안에 파티클 효과가 있는 불을 넣고, 주변에 의자를 빙 둘러 설치했다. 툴박스에서 '마시멜로 보급기'를 찾아내어 슬래브 가장자리에 놓았다. 이 보급기에 다가가면 작대기에 꽂은 마시멜로를 손에 쥘 수 있고, 그걸 먹으면 "얌얌얌!"이라는 오디오 샘플이 나온다. 나무들에는 매미 소리를, 먼 곳에는 고속도로 소리를 넣었다. 하늘에는 커다란 달과 반짝이는 별을 배치했다. 나는 불 옆에 앉아 마시멜로 몇 개를 먹었고, 그러다가 이 상황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시멘트 슬래브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로블록스의 플레이스 각각이 이미 시멘트 슬래브니까 말이다.

베이스플레이트, 쓰레기 처리장 같은 툴박스, 예쁘게 깔린 별들, 나무, 모닥불, 누군가 다른 사람이 버린 모든 것들, 층층이 겹친 규칙과 상호작용, 절제의 눈, 외면, 심지어 대중은 아직 모르는 세계로 빠져드는 천연덕스러운 성질까지. 이런 조건들이 말 그대로 굳이 시멘트 슬래브가 될 필요 없이 시멘트 슬래브의 규칙을 재창조내지 않았던가.

나는 온라인 공간에서 열렸던 파티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 파티는 항상 출입이 금지된 곳에서 열리는 바로크풍 파티였다. 말하자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배경을 잘라낸 장면에 안팎이 뒤집힌 메시(mesh)를 덧씌워 불가능한 아키텍처를 만들고 댄스 이모티콘을 도배하는 식이었다. 이런 것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시멘트 슬래브였다. 경찰이 없고, 시끄러우며, 바깥에는 별들이 있다.안쪽은 주택의 기초 토대이고, 신발을 벗고 있어도 개미에게 발을 물리지 않는다.

나는 동굴 시스템을 하나 만들어 자그마한 비밀로 가득 채웠다.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자신을 발견한 수 있는 장소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떠다니는 등불과 천천히 회전하는 행성으로 덮인 댄스 플로어가 있는 수중 호수를 만들었다. 나는 빨간 불빛을 깜박이며 수평선을 향해 늘어선 위성 접시안테나 집단을 만들었다. 나는 하늘로 뻗어올라가며 맨 꼭대기에 작고 작은 오두막이 있는 나선형 계단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나는 드래곤과 말과 롤러코스터와 트램폴린과 대회전 관람차와 제트팩과 50가지 모자를 찾아서 이것들도 추가했다. 파티니까.

축하 파티가 끝난 후에도 이 모든 것들은 그 자리에 있다.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일시적으로 이것저것 채워놓은 세계가 이제 다시 한 번 우연히 발견되기를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로블록스에 존재하는 수십억 개 플레이스의 절대 다수가 그렇듯이.
 
 
 
 
 
 
 
 
 
 
 
 
 

 
 
 
생일 파티가 끝난 후에도, 나는 로블록스 안에서 세계를 더 만들어 나갔다. 나는 도구의 표현 특성에, 그리고 가끔은 진저리나기도 했지만 항상 강렬한 이 플랫폼의 사회적 특성에 매료되었다. 나는 꿈의 일기 작업을 시작했다. 일기는 수십 개의 소규모 실험적 게임으로 구성되었고, 각 게임은 아주 빨리 만들어졌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이 엔진을 미학적 제약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엄청나게 기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내가 로블록스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독특하지 않으며 로블록스에서 딱히 흥미로운 것도 아니다. 하기야 이 플랫폼에서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대규모 개임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매우 특별한 것은 수백만 개나 되는 기이하고 작은 세계이다. 이 세계들은 모두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친구들이 들어와 탐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대부분은 아무도 없고, 심지어 10년 넘게 아무도 찾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 친구의 얼룩말 몸뚱이가 갈기갈기 찢겨 작은 폴리곤 살덩이가 되는 모습을 지켜본 이래, 나는 이런 로블록스 세계들을 방문하며 수백 시간을 보냈다. 가끔 V(즉, 앞에서 말한 그 얼룩말)와 나는 "심연의 로블록스: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실험적이며, 버려진 세계"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탐험을 스트리밍하지만, 이런 스트리밍 행위조차도 보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정도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하다. 최소한 다채롭거나, 예상을 벗어나거나, 아니면 기괴해야 한다.
하지만 늦은 밤에 혼자 탐험을 할 때는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려는 마음조차 사라져 버린다.

 
 
 
 
 
 
 
 

 
 

혼자가 되면 땅의 재료, 건설에서 부족한 면, 나만의 플레이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얼마나 모자라는지, 그리고 이들 세계가 얼마나 빨리 구축되고, 탐색되고, 그런 다음 잊혀지는지에 관심을 둘 수 있다. 아무리 다급하게 만들어진 플레이스라도 결국은 잠에 빠져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들 세계는 로블록스 편집기의 기본값 용량과 툴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애셋들은 반복해서 재사용되고, 여러 공간들은 가치를 지니거나 사랑을 받고, 사용자마다 필요한 것이 있고 또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것이 있다.

이런 플레이스에 서 있다는 것은 욕망이 이미 충족된 플레이스에 서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플레이스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나의 것이었던 무언가는 온라인 기업 게임 문화의 추악함에 의해 조각나 버렸다. 마치 고속도로와 쇼핑몰 가운데에 끼인 숲 속에 우리만의 요새를 짓는 것과 비슷하다.
<공간의 시학(The Poetics of Space)>이라는 책에서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둥긂(roundness)의 현상학에 대해 말하면서 완전성이란 그 자체적으로 순환하는 존재이고, 그 자체의 시적 중력에 의해 매끄러워지는 하나의 자족적 세계가 된다고 했다. 새에 대해서는 "둥근 존재의 둥근 외침은 하늘을 둥그런 지붕처럼 둥글게 만든다. 그리고 이 둥글어진 풍경 속에서 모든 것은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둥근 존재는 그 둥긂을 전파하고, 모든 둥긂의 고요함도 함께 전파된다."라고 했다.

늦은 밤, 텅 비어 있는 로블록스의 어느 세계에 서서, 스카이박스의 커튼에 둘러싸인 채, 여전히 문이 열려 있는 나 자신의 섬에 닻을 내렸다. 나는 그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둥글었던 적이 없었다.
 
 
 
 
 
 
 
 

 
 
 
 
 

 
올해 들어 갑자기 로블록스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지난 1년간 나는 "왜 게임 산업계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게임들을 무시하는 거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세다가 포기했을 지경이다. 나도 그 중의 하나인 이른바 "인디 개발자"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Wyward Strand와 Freeplay Festival로 유명한) 메리골드 바틀렛(Marigold Bartlett)은 로블록스 게임에 대해 글을 썼고, (Dicey Dungeons와 VVVVVV를 개발한) 테리 카바나(Terry Cavanagh)는 지난 몇 달 동안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2개게임을 출시했다.

이렇게 주류의식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어느 정도는 팬데믹 덕분이고, 또 어느 정도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련의 게임 내 이벤트 덕분일 테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중 하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깨달은 개발자들 덕분일 것이다. 또한 로블록스를 플레이하면서 자랐던 사람들이 이제 이 플랫폼 안팎에서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직접 만드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외부의 관심 다수는 실제로는 로블록스의 공개 평가에서 나오고 있다.

로블록스는 올해 3월 450억 달러의 가치로 상장되었다. 이는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또한 로블록스는 총 8억 5,570만 달러의 벤처 캐피털 펀딩 라운드를 9회 개최했고, 그 마지막 라운드인 올해 1월에만 5억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로블록스 투자자들은 "메타버스"가 실현된다는 약속을 믿거나, 적어도 그에 대해 말한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소지품이 물질적인 현실성을 가질 수 있는, 연결되고 지속적인 소셜 디지털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블록스에서는 로블록스 내의 재화인 로벅스를 사용하여 아바타 화장품과 게임 특전을 사고팔 수 있다. 로벅스는 1로벅스 당 미화 약 0.01달러로 살 수 있으며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유일하게 허용되는 지불 수단이다.

개발자는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고 위에서 말했던 팁 항아리와 화장품에서부터 사기행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개발자는 사용자가 자기 게임에 쓴 로벅스의 70%를 받는다. 이는 앱 스토어/개발자 수익 분담으로 보자면 꽤 표준적이다. 하지만 로벅스를 미국 달러로 받으려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 로벅스를 미화로 환전하면 0.0035달러로 뚝 떨어진다. 즉, 로벅스를 현실 세계의 재화로 바꾸면 게임 내 상거래의 약 24.5%만이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잔인할 정도로 개발자를 착취하는 환율이다.

이는 로블록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로벅스를 환전하지 않는 주요 이유가 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플랫폼에서 게임을 만들지만, 작년에는 3,300명만이 미화로 돈을 받았으며, 그 중 1,250명만이 1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로블록스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개인과 스튜디오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다. 개발자 절대 다수는 실제로 돈을 전혀 벌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로블록스의 통화 시스템이 로블록스에게 아주 유리하게 되어 있음에도, 로블록스 기업은 이익을 전혀 내지 못했다. VC 자금을 지원받는 다른 스타트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로블록스는 계속해서 조금씩 손실을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메타버스에 의해서든 가입비 같은 더 평범한 수단을 통해서든, 로블록스가 미래에는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믿는 투기 성향의 자금 제공자들이 로블록스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로블록스의 제작자와 직원들은 플레이어의 손으로 로블록스의 흐름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로블록스 속 세계를 구축하고 구성하는 플레이어의 역량을 키우는 데 타당한 관심이 있는 듯하다. 로블록스 게임과 마찬가지로 로블록스 스튜디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유사한 플랫폼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는 달리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의 토지에 임대료를 부과하고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바로 삭제된다), 로블록스 기업은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플레이스를 계속 호스팅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만약 돈이 다 떨어진다면, 그때는? 한밤중 숲 속의 시멘트 슬래브(방문 수 0, 플레이어 수 0, 즐겨찾기 0)는 온라인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될까? 이 슬래브가 사라지면, 과연 누가 알아차릴까? 누가 신경을 쓰기는 할까? 나는 새벽 3시에 서서 이 세계의 둥긂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수십억 개나 되는 로블록스의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것들을 저장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언제 자원이 아닌 부채가 되어버릴지, 또는 그런 전환이 일어나기는 할지, 나는 모른다. 세컨드 라이프 식의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계속 적자를 내면서도 무섭게 성장하다가 결국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그러면서 훼손되어 버린 공공 서비스를 남기기도 하는), VC 자금 지원 스타트업 기업의 일반적인 운명을 맞이할지, 나는 모른다. 나는 로블록스가 이런 공간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또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에서 말한 그 '기초'가 어떻게 되었느냐는 얘기다. 그 기초에는 결국 집이 지어졌다. 업체가 자금을 모으는 데 몇 년이 걸렸거나, 개발업체가 아예 바뀌었거나, 세금 감면을 받았거나, 그도 아니면 부동산 전체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집들이 들어섰다.

그 집들은 거대하다. 싼 티가 나고 못생긴 집들이다. 원래 지으려고 했던 집들은 이보다는 싼 티가 덜하고 덜 못생긴 집들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계획이란 것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 그 집들은 이제 무성한 녹색 잔디밭에 둘러싸여 있고, 주변엔 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다. 내가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사라의 입술에 키스를 했던 그 장소에서, 지금은 누군가가 주방에 서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친구들이 모닥불에 병을 집어넣고 펑펑 터질 때마다 비명 섞인 웃음을 터뜨리던 그 장소에서, 지금은 어느 가족이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고 있을 것이다. 집들 때문에 빛 공해가 생기기는 했지만, 맑은 날 밤이면 별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와 친구들이 거기 있었다는 흔적은 찾을 수도 없다. 우리의 존재는 그 부지에 정식 주소가 부여되기 훨씬 전에 제거되어 버렸다. 그 해 여름은 이제 내가 좋아하는 추억 속에 희미하게 살아 있을 뿐이다. 그때의 숲은 이제 잔디밭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페인트와 접착제와 세련된 살티오 타일 바닥 저 아래 깔려 있을 그 시멘트 슬래브 중 하나에, 나는 내 이름을 끄적여서 남겼다.
 

글 에베레스트 핍킨

에베레스트 핍킨(Everest Pipkin)은 텍사스 중부 출신의 드로잉, 게임, 소프트웨어 분야 아티스트로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활용하여 소규모 작업을 진행한다.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MFA를 취득했고, 현재는 멕시코 연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화면 캡처 모든 사진은 저자가 제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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