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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3월에 걸쳐 진행된 포킹룸 리서치 랩에 참여한 열 명의 연구자들이 제작한 zine이 선보입니다. 고아침, 박예슬, 이나림은 프롬프트 기반의 AI의 교육, 윤리적 관점을 공유하며, 빅 테크를 중심으로 이 서비스들이 그리는 AGI(일반인공지능) 와 같은 미래상부터, 인간화(humanizing), 편향성을 의식한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다뤘습니다. 김승범, 도혜린, 오석화, 황선정은 언어와 언어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에 주목하여, 프로그래밍 언어 그 자체의 매커니즘, 언어가 동반하는 쓰기와 읽기라는 행위, 인터페이스의 차이가 가져 오는 변화, 그에 따른 독창/창작에 대한 문제를 언급합니다. 이외에도 직접 프롬프트를 다루며, 나은혜는 내러티브로 텍스트 실험을, 양숙현은 보간과 맥락에 대한 이미지 실험을 했고, 손수민은 인공지능의 주체성과 역할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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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떤 현실을 촉발prompt하려 하는가?
Who Is Prompting Which Realities?

고아침 / Koh Achim

AI 관련 뉴스를 따라가자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그렇다고 관심을 두지 않자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지난 몇 달, 집단적으로 돌아버린 듯한 일련의 흐름을 복기하기 위해 가장 최근의 사건, <공개서한>에서 이 zine은 시작한다. ChatGPT가 상징하는 본격적인 생성 AI 상업화 시기의 도래는 그간 잘 드러나지 않던 일종의 세계관 충돌마저 전면으로 불러낸다. 인공지능 기술을 구심점으로 모인 다양한 이들은 각각 어떤 현실을 촉발(prompt)하려 하는지, 쏟아지는 미래에 관한 상상은 어떤 현재를 그려내거나 가려 버리는지에 주의를 기울인다.

 

고아침은 인공지능 윤리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구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한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양가적 심정을 조율하며 잘 살기 위해 고민한다. 기술이 한국 사회, 나아가 전 지구적 네트워크와 만나는 양상에 관심이 있다. 기술 자본이 ‘중요한 것’을 주도하는 추세에 다소 염증을 느끼고, 다른 현실을 상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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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얼굴이 아니지만: 합성미디어를 둘러싼 몇 가지 질문들
Drawing a Hand without Bodily Intelligence

손수민 / Soomin Shon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합성 미디어가 그려낸 우리의 손을 보며 궁금해진다. 손은 얼굴이 아니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다섯 손가락을 왜 그렇게 그리는가.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우리의 일을 돕는 인공물을 계속 만들어왔다. 우리의 기대와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 "기술의 이미지가 결국 우리의 자화상"이라면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을 꿈꾸는가.

 

손수민은 우리가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을 조명하는 미술가이다. 탄탄해 보이는 기술 기반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경계와 균열을 탐색하는 과정을 영상 설치, 퍼포먼스, 출판물 등의 시간 기반의 작업에 담고 있다. 우리를 닮거나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을 관찰하며 개인전 <아바타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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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디폴트: 불균형의 코드 읽기 
DALL-E as White Property?

박예슬 / Ye Sul Park

알고리즘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견해가 내재된 코드”(O’Neil, 2017)이다. 결국 AI는 자신을 만들어 낸 개발자 혹은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셋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편향을 그대로 투영하며 현실 속 구조적 불평등을 되풀이한다. DALL-E는 이와 같은 불균형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있을까? 불투명한 블랙박스 같은 DALL-E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생성해 낸 이미지 결과물들에서 시작하여 역으로 데이터셋, 그리고 그 데이터셋에 내재한 편향, 그 너머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구조를 읽는다.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는 추측과 상상만 있을 뿐이다.

 

박예슬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예술 경험 또는 배움의 방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비인간 기술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에 따른 예술가의 역할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에서 *c-lab 큐레이터로 일한 바 있으며, 현재 인공지능이 예술 교육 영역에 새롭게 던지고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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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과 데이터셋의 조합에서 발견되는 내러티브의 가능성 The Potential of Narratives Discovered in the Combination of Inner Self and Datasets

나은혜 / Unhye Na

자신의 삶을 통해 형성된 내면에서 발화되는 무엇과 데이터셋의 무제한의 조합이 만나 떠올려지는 이야기, 혹은 장면들의 관계를 호기심을 가지고 탐험한다. 프롬프트의 즉흥성과 지나온 날들이 내재되어 있는 몸(내면)과 데이터셋이 접촉할 때, 어떤 새로운 길을 낼 수 있을까? 표현하고 표현되는 실감이 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잠재 공간에서 선험적으로 대기하고 있는 초가짜들은 어쩌면 질문을 받기 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생각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오늘 점심 뭐 먹지?

 

나은혜는 미디어학부에서 3D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첫 직장이던 CG 회사에서 퇴사하고 배낭여행을 다니다 현재는 제주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가상공간 속의 세상을 만들다가 실제의 세계를 몸으로 인식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둘 사이의 간극과 확장에 관심이 많다. 살아있는 몸으로 반응하고 우연한 만남에서 발생하는 즉흥적인 흐름을 좋아해 컨택즉흥춤을 즐겨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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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의 반란 
Papago's Rebellion

도혜린 / Haerin Do

프롬프트 기반 인공 지능 모델들은 기계어를 자연어, 텍스트를 이미지로 매끄럽게 옮겨내거나 번역하고, 재매개한다. 하지만 거대 언어 모델이 흉내 내는 텍스트 생성 과정의 이면에는 언어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인간의 문화 속에 은폐되어 왔던 권력 구조 (언어 권력에서 더 나아가 국가 간,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패권적 식민 권력까지) 가 드러나기도, 재생산되기도, 또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더 깊은 블랙박스 속으로 숨기도 한다. 인공지능과의 소통이 보다 즉각적으로 변해 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사회와 제도, 권력은 구조적으로 어떻게 변해 가는지에 주목한다.

 

도혜린은 예술과 기술이라는 돋보기로 동시대 사회의 가려진 이면을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탈식민주의와 문화 번역의 실천으로서 인공 지능 예술 연구>라는 논문으로 예술학 석사를 졸업하였고, 다양한 미술관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를 만들거나 글을 쓰는 일들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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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 
The Human Materialism and Synthetic Ontography 

양숙현 / Sookyun Yang

인공지능의 상상력은 허락되는가. 거대 언어 모델에서 필연적으로 누락될 수밖에 없는 데이터의 사례로, 비과학적이며 미신이라 배척된 동양의 명리학을 가져와 가상의 이론-인간물질론-을 만든다. 한국인에게 주어진 고유 식별데이터인 생년월일을 만세력의 물질 목록으로 바꾸고 분해하여 사물과 사물, 객체와 객체 사이의 물상의 변화를 시각화한다. 인간 프롬프터의 감각으로 쓰여지고 인공지능에 의해 합성된, 사변적 상상력을 통해 인간을 다른 차원으로 해석하는 일종의 존재도 그리기를 시도해 본다.

 

양숙현은 테크놀로지 기반의 작업을 하는 작가이자 교육자이다. 기술 경험이 발생시키는 감각에 체화된 인간과 기술 환경 속에서 생산된 사물의 유연한 관계를 보여주는 웨어러블, 퍼포먼스, 키네틱 설치에서 출발하여 데이터로 촉발되는 기술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비-인간, 객체, 시뮬레이션의 공간의 시각화와 물질에 대한 지점을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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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체인드 멜로디
Unchained Melody

오석화 / Seokhwa Oh 

작년 8월 카카오브레인의 인공지능 시아(SIA)가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을 낼 때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은 유효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 무섭게 발전해 온 인공지능의 시작(詩作) 능력 앞에, 이 질문은 반전되어 우리의 쪽으로 넘어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 창작의 관점에서 우리는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할까?

 

오석화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였고 2020년부터 시를 발표해 왔다. 문학과 기술 사이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며 어디에 이르게 될 지 스스로도 궁금해하는 중이다. 블로그에 종종 일지를 올리고 가끔 번역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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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티솔 프롬프트
Cortisol Prompt

이나림 / Narim Lee

아드레날린처럼 솟구치는 ChatGPT에 대한 관심과 기대,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 빠르게를 외치는 산업계, 기술에 내재한 비윤리성, 그리고 당장 답을 내릴 수 없는 고민까지, 스트레스가 만연하다. 코티솔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지만 적절한 양이 분비되면 집중력을 높이고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여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 사회에 ChatGPT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고, 신속하고 즉각적인 대처에 휩쓸려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를 찾는다.

 

이나림은 예술, 디자인, 기술이 만나는 어딘가에서 작가이자 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빛, 삶, 저항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왔으며 공연, 연구, 목공에도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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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카탈로그 
Prompt Catalog

김승범 / Seungbum Kim

이것은 마치 마트 전단지(카탈로그)를 보는 경험 같다. 거대언어모델과 그 기반의 다양한 생성 AI 들이 우리의 쓰기와 읽기를 바꾸리라 의심치 않으며 살피던 어느 날 불현듯 어떤 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온 세상의 소식을 담으려던 신문 사이 끼어있던 마트 전단지는 불청객이면서 때로는 신문보다 흥미롭게 읽히기도 했다. 일상을 채우는 생활필수품을 보여주지만, 전단지를 읽고 나서야 그 필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항상 지금이 가장 최선의 기회임을 홍보했지만, 이미 잘 알고 있다. 조만간 더 새롭고 매력적인 조건이 올라올 것을.

 

김승범은 엔드 유저를 위한 (혹은 의한) 컴퓨팅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메타미디어로서의 컴퓨팅이 일상의 리터러시가 되어 개개인이 사유하고 표현할 때, 우리 문화와 사회를 채우고 있는 기술 매체에 대해 다르게 읽고 생각할 계기와 맥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언어적이면서 동시에 비언어적인 경험을 일으키는 키트를 만들고, 워크숍과 전시로 이야기를 풀고 있으며, PROTOROOM(프로토룸)으로 활동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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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감응의 루프: 되어가기 혹은 포맷되기 
Telepatic Loop?
​Becoming or Fomatting a High Performance Prompt Human

황선정 Sunjeong Yulii Hwang

무한감응을 위한 재귀적 미디어가 되어가는 프롬프트들은 인간으로 향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AI인공지능 에이전트 루프에 포맷되어 가는가? 문화가 있지만 문명은 없는 AI의 세계에서 끝없이 인간적인 시뮬라크르를 찾는 인간을 마주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AI와 프롬프트 기반 생성 모델들을 홉핑(hopping)하며 탐색하는 동시에 언어적 무한감응의 루프에 빠져 고민하는 현재를 되돌아본다.

 

황선정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시대 기술과의 유기적 관계 맺기를 탐색한다. n차원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 근미래 인류의 인터페이스의 감각을 상상하고 확장하는 세계를 작업으로 삼고, 자연, 비물질과 매체를 연결하고, 합성하고, 재배열하여 비인격적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과 비인간, 도시, 자연과의 감각경험과 텔레매틱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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