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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포킹룸을 준비하며, 전쟁 중에 불에 탄 아이의 시신 사진을 마주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생성 이미지는 그외에도 많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냈을지 모른다고 대서특필된 이 상황은 우리가 처한 어떤 이미지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또다시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이 모델이 어떻게 몸집을 불리는지 혹은 역으로 붕괴하는지, 즉 생성물이 생성물을 학습하는 일종의 동종포식(카니발리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도 주어졌습니다. 방대해진 기술 지형은 모든 것을, 심지어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집어삼킵니다. 거대하다는 말은 모든 것에 적용됩니다. 인공지능 거대 모델뿐 아니라, 데이터셋의 크기, 데이터 증강, 파라미터 값, 서비스 이용자의 증가, 가짜 뉴스, 노동 착취, 신뢰와 윤리 문제 등, 이 플러스 값들은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새롭게 채우거나 대체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스케일)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포킹룸 2024 <하이퍼 슈퍼 엑스라지 … 펑!> 에서 우리는 이러한 거대함 속에서 얻고 놓치는 것들을 돌아봅니다. 여기서 스케일scale은 크고 작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닌 척도, 즉 표준이나 기준입니다. 만약 기술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거나 증강시키고 있는 것이라면, ‘스케일이 크다’라는 상대적인 개념보다는 상호 호환의 척도를 정확히 그려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비인간 존재 착취와 같은 일이 내 핸드폰 안의 한 달 구독 만원짜리 서비스와 같은 출발점을 가진다는 - 적어도 어느 순간 평행선이 되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범기술주의의 맥락에서 이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올해 포킹룸에서는 이 양극단을 오가는 전략 중 하나로, 자신만의 스케일 감으로 현상을 드러내는 여러 예술가와 연구자들의 작품과 연구를 한 장소에 모아봅니다.

또한 이 기술 지형 속의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데이터 착취주의의 시각에서 볼 때, 데이터 채굴과 선광(캐낸 광석에서 가치가 낮거나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는 일)의 과정에서 누군가가 채굴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우리 대부분은 채굴자도 이용자도 아닌, 미세 조정자가 되어 선광의 역할을 맡아, 기꺼이 아주 작은 조정을 수행합니다. 인공지능의 truthing(믿게 하기, 사실화 하기) 전략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돌려주는 것일까요. 자동화에 대한 어떤 믿음을 가져다주는지, 혹은 깊이 있는(deep) 가짜(fake)일 경우 그 깊이에서 배반이 아닌 유의미한 진실(truth)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이번 포킹룸을 통해 그 광산 속 우리의 역할에 다가갑니다.

리서치랩
리서치랩 참여한 연구자들은 다방면으로 자신의 연구를 심화했습니다. 생성 이미지를 포함, 이미지에서 출발한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찍지 않는 사진을 통한 사건의 경험(김민영), 인공지능이 불완전하게 구현하는 인간의 욕망(김희조), 병리학적 결과를 초래하는 이미지의 순환(서지수), 네트워크 이미지의 흐름과 미학(박은지)을 각각 연구했습니다. 인터넷 음악 문화와 오디오 생성 모델(김기락)과 같이 창작과 소비에 관련된 연구, 인공지능을 가시적 움직임으로 접근하려는 신체적 접근(허진경)도 있었습니다. 보다 사회적인 시점으로, 생성 결과물과 탈진실 시대의 연관성(박정선), 오픈 소스, 코드 커뮤니티의 변화한 방향성(박세민)을 연구하기도 했으며, 가속주의라는 이념을 의식하는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이나영)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모든 연구 결과물은 전시장에 진으로 전시되며, 추후 온라인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전시
한 전시장에 행성 규모의 이야기부터 개인 욕망까지,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이 세계의 척도를 그린 여러 작품이 모여있습니다.
드론 전쟁과 네크로폴리틱스로 보는 정보처리와 인간 신체(홍수진), 러시아 전쟁과 악마주의의 교차로 나타나는 공포, 정치, 그리고 기술(아나 엥겔하트&마크 친케비치), 기술을 오래된 토착 실천으로 보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상의 연구소(러셀 흉과네&프랑소와 크노체&에이미 루이스 윌슨)는 영상 작품으로 전시되어 현재 한국의 정반대 세상에서 일어나는 기술의 한 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전지구적 생태와 기술이 연결되는 지점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스발바르 북극 제도(수잔 슈플리)와 위성 발사 시설이 될 스코틀랜드의 외딴 곳(폴 돌란)을 그리는 작품은 서구의 상상력과 그에 따른 이미지 착취, 실질적 추출주의와 착취주의를 그리고, 재난 감지를 위해 동물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세계를 상정하여 대안적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정혜선&육성민).
특정 매체와 장르를 통해 유실된 스케일 감을 되돌리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보편적인 지도 탐색 감각 속에서 데이터의 의도적 소외를 발견하고(우박 스튜디오), 게임과 현실에 따로 존재하는 노동과 재화를 사진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중첩하며(박승만), 재난과 일상의 모습을 촬영 행위가 없는 다큐멘터리-이미지로 시도하며(김민영),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건축과 이에 따른 표절 논란에 극단적으로 찬성하는 태도를 취하며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프리즌 브레이커) 작품들은 모두 익숙한 인식을 교란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용 인공지능 서비스 안에서 애정과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기록하고(김희조), 예술가의 창작 미감을 인공지능에 의탁하고 나열하는 미적 실험(조현서)을 통해, 위와 같은 시도를 의도적으로 보편 인공지능 기술 안에서 시도하는 과정과 그 예기치 못한 결과물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토크 & 포킹 그룹
[토크] 리서치랩 연구자 중, 박세민, 서지수, 이나영, 허진경은 랩에서 다룬 주제를 심화하여, 오픈소스 문화, 이미지로 인한 병리, 양자 연산, 움직임 연구라는 독창성 있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전시에도 참여하고 있는 정혜선 & 육성민과 러셀 흉과네는 전시된 작품과 연관된 예술적 연구를 발표합니다. 정혜 선& 육성민은 비인간 생명체에 대한 연구와 그 방법에 대해, 러셀 흉과네는 기술에 대한 토착적 접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외에도 인터넷 티팟의 두 사람은 주기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후기 자본주의 알고리즘 Algorithms of Late-Capitalism> 진을 소개하고 진과 관련한 게임 제작 등 다양한 예술 연구 방법을 공유합니다.
[포킹 그룹] 포킹 그룹은 소규모 그룹이 모여 한 주제를 가지고 가지치기(forking)를 시도하는 모임입니다. 올해는 몇 가지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포킹 그룹 <우리의 커먼즈를 찾아서>에서는 AI 윤리레터팀과 함께 현재 주목해야 하는 몇 가지 윤리적 사안을 짚고, 두 번째 포킹 그룹에서는 <다수 세계를 위한 AI 입문서>를 읽고 이야기 나눕니다.

​글 강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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