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ooooop
슬루우우우웁- 성공하면 밈이 되고, 실패하면 콜드 데이터1로 방치됩니다. 할루시네이션2도 브레인롯3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면 문제조차 되지 못할 것입니다. 뇌절4은 여러 번의 기회라도 얻지만, 썩은 뇌(브레인롯)에게는 여러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콘텐츠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초, 2초에 남짓합니다. 총칭 ‘인공지능 슬롭(직역하면 쓰레기)’이라고 불리는 여러 생성물은 온라인 생태계를 교란하다가 이제는 인터넷상에서 하대를 받으며, 생성물들 사이의 빈 공간을 끊임없이 무의미하게 메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슬라임처럼, 미끄럽고 젤과 같아 그 어떤 형태든 될 수 있으며 달라붙지 않는 끈적함을 지니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형태와 점도를 의태어화하여 올해 포킹룸의 제목은 slooooop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양산형 생산이 엔진이 되어 누군가의 무책임함과 결합해 만들어진 코드, 이미지, 사운드, 텍스트는 밀도나 사회적 신호가 거의 없는 산물을 공장처럼 쏟아냅니다. 막대한 에너지가 투입된 쓰레기와 그 쓰레기 생산을 위한 정교한 시스템. 이 슬롭 공장의 메커니즘을 돌아보고, 공장의 모토,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행동, 그리고 이 생산물이 유통되는 전체적인 구조를 살펴보며, 공장에서 매대로 향하는 길에 서서 운반 트럭을 탈취할 수 없을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올해의 포킹룸입니다.
엉성한 이미지는 저품질을 뜻하는 것만이 아닌, 패턴의 반복 속에 의미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더 엉성하게 만들거나 혹은 의미를 이어보고자 하는 것도 연구의 한 방법입니다. 이는 마치 결과로부터 원인을 예측하는 포렌직이나 리버스 엔지니어링처럼, 결과물의 더미로부터 단서를 찾는 것에 가깝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블랙아웃 시(Black-out Poetry) 기법을 들 수 있습니다. 시의 일부를 검게 지워 기존의 문맥을 변화시키는 이 장르의 예술은 본래의 데이터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우기”라는 기법으로 내용과 형식을 바꾸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기존의 텍스트를 엉성하게 지우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의미를 발생시킨다는 면에서 오히려 엉성함을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집약된 올해의 포킹룸에서, 미끄러지는 여러 엉성한 슬롭과 슬롭에 대응하는 slooooop의 실마리를 찾길 바랍니다.
1콜드 데이터: 잘 사용되지 않아 저장만 되어있는 데이터
2할루시네이션: 생성형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 처럼 말하는 현상
3브레인 롯: Brain rot, 직역하면 뇌가 썩는다는 뜻으로 저품질 콘텐츠를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현상
4뇌절: 게임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도움이 안 되는 플레이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망치는 일, 그리고 그것을 탓하는 말
리서치랩
올해 열 명의 연구자는 슬롭 생태계의 관찰과 더불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나름 증명하려 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생태계의 관찰자로서 맥락적 열화의 관점(김효진), 도구와 플랫폼에서의 관점(박민아), 만화와 슬롭파간다의 관점(배진선), 출판과 저작권의 관점(이열음)에서 본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LLM의 슬롭성을 이용해, 텍스트의 빈 곳을 찾고 채워나가거나(권혁준), 물성의 재현 가능성을 탐구하거나(김명규), 무맥락의 LLM에 맥락을 부여하는(김성백)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으며, 더 나아가 슬롭을 하나의 장르로 보려는 노력(김예슬), 그리고 기술로 구현된 이미지가 가지는 슬롭적인 본질(손혜주)에 대해서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연구 결과물은 전시장에 진으로 전시되며, 추후 온라인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전시
전시는 슬롭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전혀 슬롭화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여성 신체를 왜곡한 작품(베스 프레이)과 신체의 생성 방법과 재현, 그 한계를 다루는(자원) 두 작품 모두, 알고리즘이 재현해 낼 수 없는 극도로 개인적인 기억으로 재구성된 경험(캐롤라인)과 대비됩니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재현의 불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센터의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하고(리슨투더시티), 슬롭이 발생하기 이전의 시대로 우리를 시간여행 시키는 작품은(테가 브레인) 슬롭을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실질적 데이터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슬롭의 특징을 노출시키고 이용하는 작업도 있습니다. 문화 식민지적인 시점을 드러내거나(만능찜), 상호작용이 가능한 챗봇으로 활용하고(팔림세스트 테크놀로지), 픽션 캐릭터를 생성해주는 도구(박세민&박수빈&임윤경)를 만들기도 하며, 이를 통해 슬롭의 확장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크&렉처 퍼포먼스
[토크]
리서치랩 연구자 중 네 명은 랩에서 다룬 주제를 심화하여, LLM 텍스트의 허점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권혁준), 장르로서의 가능성과 한계(김예슬), 디자인 도구와 플랫폼의 관점에서 보는 슬롭(박민아),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와 슬롭 만화 이미지의 결합에서 오는 문제점(배진선)에 대해 자신의 연구를 발표합니다. 이어지는 토크로, 멜라나 윌밍크는 미술사학자 제임스 엘킨스의 물감에 대한 이론을 가져와 생성형 AI의 이미지를 관계와 주체성의 시점에서 읽어보는 토크를 진행하고, 정앎은 생성형 AI를 오히려 더욱 추상적인 과정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어떤 창의적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를 이야기합니다. 이카로스 랩은 ‘적대적 시’라는 주제로 프롬프트 탈옥을 실험한 연구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며, 기존의 LLM으로부터 탈주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렉처 퍼포먼스]
sofolofo(남궁예은), 김우섭은 슬롭의 오류성을 작품화하여, 일제강점기 '벽돌신문'의 물리적 검열을 알고리즘으로 재해석하는 렉처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OCR 오류와 LLM의 환각을 의도적으로 오독하고, 이 오류를 슬롭을 기계의 상상력으로 보며, 시스템의 교란을 적극적으로 오디오비주얼 데이터로 변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