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Zine
올해 열 명의 연구자는 슬롭 생태계의 관찰과 더불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나름 증명하려 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생태계의 관찰자로서 맥락적 열화의 관점(김효진), 도구와 플랫폼에서의 관점(박민아), 만화와 슬롭파간다의 관점(배진선), 출판과 저작권의 관점(이열음)에서 본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LLM의 슬롭성을 이용해, 텍스트의 빈 곳을 찾고 채워나가거나(권혁준), 물성의 재현 가능성을 탐구하거나(김명규), 무맥락의 LLM에 맥락을 부여하는(김성백)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으며, 더 나아가 슬롭을 하나의 장르로 보려는 노력(김예슬), 그리고 기술로 구현된 이미지가 가지는 슬롭적인 본질(손혜주)에 대해서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연구 결과물은 전시장에 진으로 전시되며, 추후 온라인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슬롭에 대한 슬롭한 글쓰기 -
<AI 슬롭의 고고학: 시스템이 은폐한 ‘물리적 민낯’에 관하여>
Writing Slop on Slop - <The Archaeology of AI Slop: On the ‘Physical Underbelly’ Concealed by the System>
권혁준 Hyeokjun Kwon

생성형 AI의 잉여 데이터인 ‘슬롭’의 물리적 부피와 시스템적 관성을 규명함에 있어 프롬프트 기반 자동 생성이라는 ‘슬롭한 방법론’을 채택한다. 알고리즘 이면에 은폐된 데이터 실체를 드러내고 지식 생산의 자동화된 수행성을 재현하여 정보 생태계의 기계적 관성을 가시화한다. 슬롭으로 슬롭을 기술하는 메타적 구조는 디지털 지능의 지층을 실체적 부피로 증명하는 지적 채굴이자 수행적 매체 연구이다.
권혁준은 기술 시스템이 은폐한 매체의 물리적 실체와 논리적 틈새를 추적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알고리즘의 불확정성이 드러나는 오작동과 데이터 전이 과정의 변이를 포착하여 시스템의 실체성을 가시화한다. 최근에는 기술의 기원과 한계를 탐구하는 알레프알파 콜렉티브(@alephalpha.collective)를 결성하여 연구 지평을 넓히고 있다.
슬롭의 메타구조: ‘메타-n-슬루우우웁’
The Meta-Structure of Slop: ‘Meta-n-Sloooop’
김명규 MyeongKyu Kim

슬롭은 어떻게 그리고 왜 생성되는가? 이 리서치는 슬롭의 형성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그것을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주체인 ‘나’ 역시 슬롭의 속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되묻는다. 또한 ‘슬롭을 사용하는 나’를 다시 응시하는 또 다른 층위, 즉 ‘메타 김명규’의 위치까지 함께 해부한다. 다시 말해, 슬롭 자체를 분해하는 동시에, 그것과 관계 맺는 김명규의 방법론적 태도 역시 함께 분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를 통해 ‘슬루우우웁-김명규’를 감싸는 ‘슬루우우웁-(슬루우우웁-김명규)-김명규’의 다층적 구조를 탐구한다.
김명규는 아트앤테크 영역에서 창작과 제작을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감각의 일부를 어떻게 기술에 맡기게 하고, 동시에 무엇을 누락시키는지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2025년부터는 가상의 생명체와 디지털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존재의 형태에 주목해 왔으며, 디노이징된 디지털 미디어의 0과 1을 실제 세계의 데이터로 교란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끊임없이 미끄러지며 추적하기:
맥락화되는 경험을 기록하며
Endlessly Slipping and Tracing: Documenting Contextualizing Experience
김성백 Sungbaek Kim

이 짧은 리서치에서 나는 미끄러지는 것들을 맥락화하여 되돌아본다. 결코 무언가에 도달하지 못하는 언저리에서 배회하며, 부재하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는 몇 주 간의 일련의 과정을 실천적으로 나열한다. 특히 LLM의 맥락화, 시적 언어와 분위기의 관계를 탐구해본다. 맥락화는 데이터를 더 명확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잠재된 방향성을 드러낸다. 시적 언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만들고, 독자가 그 안에서 의미를 결정하지 못한 채 머물게 한다. 맴도는 과정 속에서 머물고 경험하게끔 하는 공학적, 미학적 시도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하는 LLM의 미적 가능성을 고민해본다.
김성백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다학제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목적지라는 환상을 심는 이정표 대신, 도달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언저리의 경험을 실천적 삶의 태도로서 고민하고 있다. 같은 글을 다시 읽고, 같은 풍경을 다시 보고, 같은 인생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랜드마크의 신기루를 걷어내는 방향감각상실의 순간, 배회하는 순간에 드러나는 의미를 지표 삼아 미래를 구성하는 다학제적 실천을 탐구하고 있다.
노스탤지어 콤플렉스: 이 풍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Nostalgia Complex: This Landscape Does Not Exist
김예슬 Yeseul Kim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얼굴, 동물, 풍경을 만들어내는 웹사이트 “This X Does Not Exist” 의 생성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참조할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생성물이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환기하는가? 현재 디지털 미디어 문화는 과거를 끊임없이 재생하고 추적하는 구조를 형성해 왔으며, 이 구조에서 노스탤지어는 우리의 감정과 판단을 재현 가능한 대상에 수렴시키는 사후적 반응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참조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생성 환경에서 노스탤지어는 확률적 분포에 기반한 생성이 지속되도록 하는 ‘정서적 조건’이자 ‘생성 충동’으로 작동한다. 본 리서치는 평범함과 만연함을 지향하는 원본 없는 생성물들이 안내할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그려보며, 그 속에서 재조정될 우리의 판단과 감각의 길을 찾아본다.
김예슬은 정보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디자인, 기술, 물질의 정치성을 탐구하는 만들기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픽셔널 저널 (Fictional Journal)’의 출판 프로젝트 ‘테크노폴리틱스 (TechNOpolitics)’에 단편 소설 ‘A Memoir of Touch’를 발표했고, 미래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The Vessel of Randomness (2026)’ 출간을 앞두고 있다.
맥락 열화: 사라진 꼬리들의 무덤
Contextual Degradation: The Graveyard of Lost Tails
김효진 Hyojin Kim

과거의 디지털 열화가 데이터의 압축과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정보의 손실이었다면, 생성형 AI의 재귀적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롭(Slop)은 서사가 소거되는 ‘맥락 열화’를 드러낸다. 확률 분포의 끝단에 놓인 섬세한 맥락들이 노이즈로 간주되어 삭제될 때, 그 자리에는 기괴한 기표만이 남는다. 본 리서치는 ‘한눈 파는 남자친구’ 밈이 반복 생성되면서 기의가 소거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엉성한 균열의 지점, 기술이 지워버린 의미의 자리에 무엇이 다시 쓰여질 수 있을까? 이것 자체가 현대의 새로운 신화가 될 수 있을까?
김효진은 시간의 비선형성에 대해 연구하고 기획한다. 특히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감각 속에 호출되고 다시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해왔으며, 이러한 관심은 퍼포먼스나 영상처럼 절대적인 시간이 요구되는 예술 형식과 우리의 삶에 가속을 부여하는 각종 테크놀로지로 확장된다. 현재 예술학을 공부하고 전시 기획, 글쓰기, 디자인과 리서치를 오가며 작업한다. 또한 기획자가 작가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ARC(@arc.uration)를 운영한다.
“AI Slop, 손쉽게 생성하세요!” 생성형 AI 서비스의 기능적 설계가 슬롭을 양산하는 방식
“AI Slop—Made Easy!”:
How the Functional Design of Generative AI Services Mass-Produces Slop
박민아 Mina Park

인터넷을 점령한 ‘AI 슬롭(Slop)’은 어떠한 프로세스로 양산되는가? 이는 사용자가 의도한 결과인가, 아니면 기술적 유도 혹은 방관에 의한 결과물인가? 본 리서치는 지브리피케이션(Ghiblification)과 이탈리안 브레인 롯(Brain Rot), 그리고 각종 AI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 낸 이미지·영상 생성형 AI 서비스의 기능적 메커니즘을 추적한다. 나아가 리서치를 통해 도출한 AI 슬롭의 속성과 포킹룸 리서처들의 정의를 공유함으로써 관객 개개인이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보길 권유하며, 기업과 사용자 모두가 디지털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제안한다.
박민아는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접점에서 가져야 할 비판적 문제의식에 주목하며, 기술 매개 환경 속 사용자의 주체적 태도를 탐구한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사용자 경험(UX) 리서처로 살아오며 연구·창작·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AI 기술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 스스로의 모순을 마주하며 입장을 정립하는 중이다. 종종 미디어 아트 도슨트를 진행하며 동시대 예술과 기술에 관련된 고민을 쉬운 언어로 대중과 나눈다.
논-에로틱 섹슈얼 슬롭파간다: 저속해도 야하진 않지! 유흥업소 AI 만화의 범람
Non-Erotic Sexual Slopaganda:
Trashy but Not Sexy—The Surge of AI-Generated Adult Comics
배진선 Bea Jinseon

2025년 봄, Chat GPT-4o 업데이트 후 ‘○○○풍으로 그려줘’ 열풍이 세계를 지배했다. 이 흐름을 타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AI 생성형 인스타툰으로 극가성비 수익화를 꿈꾸곤 했으나, 정작 몇십만 몇백만 조회수를 점유한 AI 만화는 유흥업소를 다룬 만화였다. 만화들 속 여성과 남성은 제대로 옷을 갖춰 입고 대화를 나눌 뿐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드물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처럼 실존 인물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는다. 심한 욕설도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나타나지 않기에 제재를 가할 규범망에 쉽사리 걸려들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정말 괜찮을까?
배진선은 한시적으로 떠돌며 미술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제도권 밖에서 전시를 만들거나 사이비 역사책을 펴낸다. 20세기 전환기 이래 서구가 만든 근대와 식민지의 번안들이 동시대까지 맴도는 궤적을 파고들어, 노동자의 자리를 새기고자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전술로 기술을 동력 삼아 점령전을 펼치는 자본에 균열 낼 서사를 찾는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소거:
광학에서 전쟁으로, 전쟁에서 수사로
Erasure of the Invisible: Optics, War, and Investigation
손혜주 Sohn Hyeju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스펙트럼을 포착하는 ‘비가시광선 이미지’는 적외선과 자외선 이미지를 포함하며,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윌리엄스 우드(Robert Williams Wood, 1868–1955)의 실험을 통해 이미지 기술로 확장되었다. 우드는 적외선과 자외선 사진, 음파의 시각적 기록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대상을 판독 가능한 기록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수행했으며, 군사와 수사 현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를 활용했다. 본 리서치는 우드의 비가시광선 이미지를 중심으로, ‘감지 기반 기술’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구조화하는 방식과 그 기록 속 ‘불명료한 재현’에 주목한다. 이러한 기록이 객관적 증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권력의 장치로 작동해온 역설적 과정을 추적한다.
손혜주는 영상 매체를 중심으로 기획자·연구자·편집자로서 활동한다. 기술·지리·주체가 교차하는 동시대 영상문화의 지형을 탐색하는 데 관심을 두고, 학술 연구와 제작 현장이 교차하는 작업을 모색한다. 리서치 기반 영상 작업을 영화제 및 전시를 통해 발표했으며, 최근 작업 공간 가좌워크숍에서 '도시'와 '불균등성'을 주제로 스크리닝 프로그램 《도시의 안팎》을 기획했다.
생성과 폐기의 무한 순환 구조 속에서의 텍스트
Text in the Infinite Loop of Generation and Disposal
이열음 Yeolumii

이 리서치는 구술과 문자, 검색에서 인공지능의 시대로 돌입한 현시점, 거대 언어 모델의 상용화로 대량 양산되고 있는 전자책이나 블로그 바이럴 등과 같은 텍스트 슬롭의 양상과 구조를 살펴보고, 언어가 옮겨지고 흩어지고 또 접합하며 생성되는 텍스트와 이를 생산해내는 주체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이를 토대로 가능한 세계관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열음은 텍스트, 출판과 웹, 디자인과 기술에 기웃거리는 책 수집가로 출판사 등지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했다. 사회의 은폐된 단면들을 포착하여 살피는 일들을 기획, 참여하며, 웹과 일상에서의 헤테로토피아 구축을 모색하고, 함께 배우기의 저변을 넓히는 실천적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탈합성 생태계 그리기 : 공존
Sketching the Undoing Synthesis Ecosystem : Coexistence
조한결 Hangyeol jo

이 리서치는 생성형 AI가 팽창하며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공존을 향하기 위한 상냥한 기술 그리고 사회, 인간 본질에 관해 고민하고 상상해 보고자 한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세계를 존중하기 위해, 합성적 세계관에 가려진 탈합성적 세계관을 그려본다. 이를 통해 주변화되고 소외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들여다보고 사랑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