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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zine>섹션은 2022년 3,4월에 4회에 걸쳐 진행된 포킹룸 리서치랩 2022 참여자들의 결과물을 담은 zine들의 아카이브 전시입니다. 7명의 참여자는 각자의 관점에서 합성계를 연결 짓고 해석하고, 전혀 다른 맥락으로 던져 놓는 발표를 매주 진행하였고, 포킹룸 기간 중 전시될 zine은 그 리서치의 과정과 결과를 기민하게 담은 출간물입니다. 

얼굴 인식 및 필터의 메커니즘을 직접 실천적 연구를 통해 기록한 곽한비, 인공지능 신경망에 비거니즘 관점을 삽입해 비관습적 (인공)지능의 개념을 드러내는 김승범, 합성 미디어의 추측성을 '예상 표절'이라는 개념으로 통과한 남선미, 인공지능의 탈신화화를 통해 '특권적 실재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기록한 송해민, 가장 인간적인 특질 중 하나로 생각되는 감정을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인터페이스로 놓는 리서치를 진행한 장윤영, 초고화질 이미지에 대한 소비 감수성과 기후 변화 시대의 미술관의 역할을 고민한 최선주, 3가지의 합성의 계보학을 통해 합성 이미지를 해독하는 여러 가능성의 바탕을 설정한 하재용, 이 7개의 zine을 통해 합성계에 대한 자율적이고 자기 정의적인 리서치와 탐색의 가능성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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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필트레이터: 필터 속 잠입자 되기

곽한비

카메라 어플의 렌즈로 자신을 비추고, 촬영 버튼을 누르는 것은 자신의 얼굴이 (AR)필터를 통 해 합성 이미지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익의 맥락에서 생각할 때 현실의 자신은 필터 셋팅을 거쳐 이미지의 소스를 제공하는, 합성계를 위한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필터를 지원하는 어플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등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현실과 합성 얼굴의 관계의 전환 속, 역으로 필터에게 침투하여 시스템을 교란하는 잠입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스스로 필터 매커니즘 속에 침투하는 잠입자인 ‘인필트레이터 (Infiltrator)’가 되기를 모색하며, 기존 필터 문법 뒤틀기를 위해 페이스 트래킹과 필터 매커니즘에 관한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곽한비는 시각예술을 공부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상정하고, 그 경계를 다루는 개념을 만드는 시도에 주로 관심이 있으며, 게임매체가 삶을 재현하는 구조적인 특성에 주목하여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픽션 영상을 제작 한다.

뉴럴네트워크비건이아니다

*신경망 또는 뉴럴 네트워크는 신경회로 또는 신경의 망으로, 현대적 의미에서는 인공 뉴런이나 노드로 구성된 인공 신경망을 의미한다.

뉴럴 네트워크는 비건이 아니다

김승범

뉴럴네트워크(Neural Network, 이하 NN)는 과거 머신러닝 분야에서 비주류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류가 되었고, NN이 계속 잘 될거라는데 어떤 의심은 없다. 기능적으로 잘 동작하기 때문이다. 뉴런이라는 은유가 매우 동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반농담으로 그럼 'NN은 비건이 아니잖아?' 라는 의심을 던져보기로 했다. 거대 인공지능 모델들이 소모하는 에너지와 그로 인한 환경의 영향으로도 비거니즘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짧은 글에서는 환경 영향에 대해선 잠시 넘어가려고 한다. 예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을 열어준 문장으로 '아보카도는 비건이 아니다'가 있었는데, 당시 처음 들었을 때의 이 모순적인 표현이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기도 했다. 그런 맥락으로 'NN은 비건이 아니야'라는 질문을 던져보면서, 지금 우리가 만나는 NN기반의 해결법들이 너무 동물적 지능의 은유와 문제 해결법으로 접근하는건 아닌가 생각해보고, 비관습적인 다른 관점에 대해 상상해보고자 한다.

김승범은 엔드유저를 위한 (혹은 의한) 컴퓨팅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메타미디어로서의 컴퓨팅이 리터러시 일부가 되어 엔드유저 개개인이 사유하고 표현할 때, 우리 문화와 사회를 채우고 있는 기술 매체에 대해 다르게 읽고 생각할 계기와 맥락이 만들어진다 생각한다. 이를 위한 언어적이면서, 동시에 비언어적인 경험을 일으키는 KIT를 만들고, 워크숍과 전시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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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된 추측을 표절하기/망상하기

남선미

GAN은 서로 대립하는 두 시스템의 경쟁을 통해 과거와 현재에서 새로운 지형을 도출한다. 경쟁을 통해 학습된 ‘합성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합성계는 다가온 미래일까? 잠시 시간축을 뒤집어보자. 만약 합성된 추측이 미래를 표절한 것이라면, 우리는 미래에서 어떤 이미지를 보게될까? 리서치는 피에르 바야르의 ‘예상 표절' 개념을 빌어 합성계가 표절한 미래상과 함께 문학과 디자인사에서 비선형적으로 이미지를 독해한 사례를 살피고, 스스로에게 내리는 작업 지시서로 마무리된다.

플랫폼 회사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바탕으로 웹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새로운 질서 그 후…(After New Order…)와 인공위성+82(satelliteplus82) 동인으로 활동하며, '기술-퀴어-텍스트'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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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코프의 주관을 스코핑

송해민
 

시각정보는 뇌 여기저기로 분산되고 통계적 추측을 기반으로 하여 지각을 구성한다. 우리는 개조차 어떤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보는 방식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그 대상이 어떤 방식으로 주관을 생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객체를 미신화/의인화하지 않고 그 객체가 놓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를 만들다 예술공학을 연구하며 VR, AI 기술을 응용하여 아트게임을 제작한다. 《Party in a Box》 (아트센터 나비, 2021), 《Project Unfold X》 (DDP, 2021)에서 게임을 전시했다. 올해는 ACM Siggraph Asia의 Art Gallery 디렉터로 일하며 글을 쓰고 큐레이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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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감정 유발자와 감정 흡수자, 그 사이에서

장윤영

단세포 생명체에서 진화한 인간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타인과 마주하는 시간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절되었으며, 가상 공간 속에서 서로를 마주함이 일상적인 시대가 되었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고민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우리는 타인의 눈물을 보며 그들의 감정을 슬프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웃는다고 행복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은 복잡하고, 본인조차 감정의 이유를 모를 때가 있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감정은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고, 우리가 가진 개인의 정서와 행동은 사회적인 세계에서 무의식적으로 전염되고 연결된다. 본 리서치 과정은 데이터로 축적된 삶 속에서 감정 유발자 그리고 감정 흡수자로서의 인간과 기계의 관계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미래를 생각해보기 위해 진행되었다.

 

시각예술에 기반하여 과학, 기술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인간의 인지 체계와 미디어 생태학에 관심을 두고 인간과 동물, 인간과 환경,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센싱 기술 등을 접목한 예술의 융합적 표현방식과 더불어 감상자와 예술 사이의 상호적인 감상을 주목하고 관계적 예술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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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계의 소비 감수성

​최선주 

시각적인 것이 선언적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초고화질과 거대 용량의 데이터 연산이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면, 미술관은 시각 문화 안에서 이를 저지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고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한 리서치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제안하기 위해 우선 무엇이 ‘보는 행위’의 작동 기저에 있는지 살펴본다. 우리가 무엇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사랑하고, 욕망하고, 마침내 소비하고 있는지 말이다. 합성계라는 거대한 변화 안에서 시각 문화를 소비하는 감수성의 변화를 짚어보고, 지속 가능한 시각 문화, 더 나아가 기후 미술관을 향한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015년부터 미디어 문화예술 채널 앨리스온의 에디터로 활동하며 기술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그로 인한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며 활동해왔다. 새로운 기술이 예술 개념을 어떻게 바꾸는지 관심을 두고 인공지능 창작물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였으며 미디어의 이면을 탐색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지라도>(2020), <인간적인 키오스크를 위한 공론장> (2018)를 공동 기획하였으며 저서로는 『아이돌로직 신드롬』(2021, 공저),『특이점의 예술』(2019) 등이 있다. 현재는 코리아나미술관 *c-lab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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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의 계보학 - 인공지능은 예술가의 꿈을 꾸는가?

하재용

이 리서치는 포킹룸 리서치랩 ‘합성계의 카나리아’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해서 시각 이미지와 연관된 측면을 고찰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합성이라는 단어와 그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동시에 합성 미디어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인공지능 합성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측면을 넘어서서 그것을 통해 생산된 이미지의 특성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리서치는 따라서 합성의 개념을 먼저 정의하고 그 이후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의 이미지 생산 프로세스를 역으로 과거의 것들과 비교하면서 진행되었다. 따라서 합성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자 시도했다. 첫 번째는 아날로그-합성이고, 두 번째는 디지털-합성이며 마지막은 인공지능-합성이다. 이 리서치와 결과물로 작성된 글을 통해서 합성이라는 개념과 그와 연관된 이미지의 특질들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논의로 뻗어나가길 바란다. 

점차 하나로 수렴해서 보기 힘들어지는 예술이라는 것 혹은 예술계라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예술작품과 만나고 접촉하는지에 특히나 관심이 있다. 개별 예술 작품보다는 때론 그것들을 대상으로 삼는 미학 이론에 대해서 사고하는 것이 더 즐거운 아이러니한 상황에 스스로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독일에서 예술학(Kunstwissenschaft)를 전공하면서 여러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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