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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셨죠? 놀라움의 연속! 더 이상 왼쪽과 오른쪽은 없습니다. 중도라는 것도 없습니다. 가장 우파적이라고 믿었던 가치는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좌파와 동일해집니다. 좌파 또한 폐쇄적으로 자신을 가두고 더 이상의 진보를 거부합니다. 기술을 소유한 대기업은 어느샌가 이 모든 추출주의는 결국 우리의 기초 소득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신자유주의인지 신사회주의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시민 사회에게 평등이 아직도 가장 중요한 추구 가치일지도 의문입니다.

아직도 이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지금, 포킹룸은 조심스럽게 “레프트 테크”의 문을 빼꼼히 엽니다. 이는 왼쪽과 오른쪽, 그 어떤 길도 가늠할 수 없는 모든 미래의 가능성이 완벽하게 차단된 우리에게 던지는 직구입니다. 뉴스를 보며, 거리와 광장을 보며, 인터넷을 보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재판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놀라움의 수풀에 갇혀 관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함께 거칠고 볕 들지 않은 수풀을 가지치기(forking) 해나가지 않으시겠어요? 물과 땅, 태양이 있기에 자연스레 자라난 잡초와 풀에는 잘못이 없고, 그저 길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 관리 소홀의 문제이기에 하나하나 가지를 쳐나가다 보면 그나마 길은 좀 뚫릴지도 모릅니다. 

이번 포킹룸은 <레프트 테크>라는 제목에 걸맞게 오른쪽에 빼앗긴 기술을 다시 찾아오는 방법, 그리고 왼쪽이 기형적으로 변형시킨 기술을 다시 돌연변이화 시키는 방법을 소개하고 고민합니다. 프랑스 왕을 죽이네 마네로 시작된 왼쪽과 오른쪽의 방향은 더이상 우리에게 무의미하지만, 그렇게 라벨 붙여진 개념을 우리가 계속 사용해야만 한다면, 왼쪽은 오른쪽으로 보이고, 오른쪽은 왼쪽으로 보이는 거울 효과를 이용해, 꼬리가 머리를 물고, 머리가 꼬리를 물게 하여, 그 원형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쩌면 지난 몇 년간 포킹룸이 데이터셋, 합성 미디어, 프롬프트, 스케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온 배경에는 출구는 있지만 찾을 수 없는 (*출구 없음 이라는 밈의 반대말로, 출구 없음은 무언가에 긍정적으로 매료되어 헤어 나올 수 없음을 뜻한다.) 기술과 자기 사이의 방향 상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정세의 양극화와 테크노크라트들의 극자본화를 보며, 올해는 기술의 정치화와 정치의 기술화에 관한 여러 해석의 실타래를 풉니다. 

리서치랩

열 명의 연구자들은 레프트 테크를 큰 주제로 다음과 같은 개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넷/디지털 공간에 스스로를 위치시킨 연구자들은 인터넷 공간의 광장의 역할과 가능성(김연주), 소셜 미디어에서의 감정의 분석과 표현 방법(류다현), 음성 합성 저작물의 유통과 위상(정빈)을 주제로 연구를 정리했습니다. 또한 신체 재현과 생체 인증(곽수아), 돌봄 로봇과의 상호 작용(윤소린), 자율 주행 기술의 이면(강민경)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술에 의해 깎아내려질 수 있는 인간성, 인격성을 돌아보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좀 더 기술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술 인프라에 관련된 측면을 언급하는 연구로, 대규모 언어모델과 지식 공유의 가능성(김현철), 그리고 기술에 personal이라는 개념을 소개/대입하려는 시도(김승범)가 있었으며, 역사/계보적인 측면에서 영감을 받은 통신기반시설 연구(장가연)과 저항적 미디어아트 연구(최선주)가 있었습니다. 모든 연구 결과물은 전시장에 진으로 전시되며, 추후 온라인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전시


먼저 1층 전시장에서 여러분을 반기는 것은 테슬라주의(바하르 누리자데)와 스페이스 X(유도원), 트럼프를 포함한 각종 인터넷 밈(실비아 달 도쏘)입니다. 이 화려한 면면은 매일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테크노크라트들이며, 기술과 자본의 결탁을 선명한 해상도로 보여줍니다. 이들이 현대의 신이라면, 1층 코너에는 중국 약학의 신, 신농이 역사상 최초의 데이터 모더레이터가 되어 희생과 노동을 관장합니다(이헌).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에는 “레프트한” 해석과 실천이 이어집니다. 노이즈와 신체(우박 스튜디오)와 불과 데이터 센터(이상윤), 보호에 대한 약속과 이면(GORE-TECHS®)은 모두 요소는 다르지만, 어떤 반발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신체, 데이터, 기술 인프라, 이 모든 것들은 기술 소유 주체들이 소외시키거나 아닌 척 의도적으로 가리는 것들이기에, 이 작품들은 그것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토크&포킹그룹&퍼포먼스

[토크]
리서치랩 연구자 중 네 명은 랩에서 다룬 주제를 심화하여, 생체 인증 기술, 대규모 언어 모델 인터페이스, 온라인 공간과 페미니즘, 인공 지능 기술과 카피레프트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발표합니다. 이어서 반올림의 활동가가 반도체 기업의 불공정성(이종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냐 이수포바가 소련의 인프라와 전쟁을 풍경과 연결시켜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자본주의/식민주의적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또한 샤오웨이 R. 왕 작가와 전시 참여 작가 유도원은 자신의 프로젝트와 리서치를 통해 도구와 매체를 비식민주의적으로 들여다보는 실천을 소개합니다.

[포킹 그룹]
포킹그룹은 소규모 그룹이 모여 한 주제를 가지고 가지치기(forking)를 시도하는 모임입니다. 첫 번째 포킹 그룹 <기후재난 시대에 LLMs 는 차별없는 재난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서는 리슨투더시티 팀과 함께 재난 연구와 LLM 사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두 번째 포킹 그룹 <나와 파시즘과 인공지능>에서는 고아침과 함께 테크노파시즘을 언급하며 활발한 토의를 이어나갑니다.

[퍼포먼스]
공모를 통해 초청된 스터프스터프는 젠더화된 기술을 주제로 렉쳐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강의 형식과 드랙 퍼포먼스를 결합하여, 테크노드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무방비하게 드랙당하며, 드랙해버린 우리에 주목합니다.

 

글 강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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